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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1부 – 한국형 SF 도전의 의미

by journal30885 2025. 10. 8.

외계+인 1부

영화 외계+인 1부(2022)는 한국 영화 산업의 새로운 실험이자, 장르적 경계를 허무는 혁신적 도전으로 평가받는다. 김용화 감독이 ‘신과 함께’ 시리즈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이 작품은, 오랜 기간 동안 한국 영화계가 넘지 못했던 벽인 ‘본격 SF 세계관 구축’에 정면으로 부딪힌 결과물이다. 단순한 외계 침공이나 미래 도시를 그린 기존 SF와는 달리, 외계+인은 시간, 신화, 과학, 철학이 얽혀 있는 복합적 우주를 무대로 한다. 고려시대 도사들과 현대의 외계인 감시자들이 같은 서사 속에서 공존한다는 이 과감한 발상은 한국 영화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줄거리는 한마디로 요약하기 어렵다. 외계인이 인간의 몸속에 죄수를 수감하고, 그 사실을 모르는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한편 고려시대에는 신의 힘을 탐하는 도사들이 외계 기술의 흔적을 쫓고 있다. 두 시대가 교차하면서 ‘인간이 신을 만들고, 신이 인간을 관찰하는 세계’가 펼쳐진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김용화 감독은 독창적인 연출 언어를 통해 시공간의 단절감을 줄이고, 관객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구심점을 마련했다. 외계+인은 단순히 SF의 껍데기를 쓴 블록버스터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신화(Scientific Myth)’의 실험이다. 서양 SF가 기술과 진보의 서사에 집중했다면, 김용화 감독은 ‘인간의 내면과 감정, 그리고 존재의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 외계 존재와 인간, 신화와 과학, 시간과 운명이라는 이질적인 개념들이 충돌하며, 영화는 철학적 깊이를 얻는다. 관객은 스펙터클을 즐기면서도,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 앞에 선다.

시간과 신화의 충돌, 외계+인의 세계관 구축

외계+인 1부의 세계관은 거대한 퍼즐처럼 설계되어 있다. 영화는 ‘현재’와 ‘고려시대’라는 두 축을 교차 편집하며 진행되지만, 실은 이 두 시공간이 하나의 우주적 질서 안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김용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시간은 인간의 인식이 만들어낸 환상이며, 우주에서는 모든 순간이 동시에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영화의 서사를 관통하는 핵심 문장이다. 즉, 시간은 선형적 흐름이 아니라, 겹쳐진 구조다. 현대의 외계 감시자 ‘가드’(김우빈)는 지구에 남은 외계 죄수들을 관리하며, 인간이 자신들의 감옥이 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세계를 지킨다. 인간은 스스로의 신체 안에 외계인을 품고 살아간다. 이 설정은 매우 상징적이다. 그것은 ‘인간은 외계적 존재를 두려워하면서도, 결국 그들과 공존한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SF의 외피 속에 철학적 주제가 깃든 것이다 — 인간은 자신의 내부에 타자를 품은 존재라는 인식. 고려시대의 도사들은 외계 존재의 흔적을 ‘신의 힘’으로 받아들인다.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과 김태리의 이안은 신의 무기를 얻기 위해 경쟁하지만, 사실 그들이 추적하는 것은 외계의 기술이다. 이 부분에서 영화는 SF와 판타지가 완벽히 융합된다. 김용화 감독은 과학을 신화로, 신화를 과학으로 치환하며 문명과 미신의 경계를 허문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판타지적 상상력이 아니라, 인간의 ‘인식 체계’를 비판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또한 영화의 배경적 층위는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다. 불교적 상징물, 도교의 신선 사상, 유교적 질서가 얽혀 있는 고려시대는 ‘인간이 신을 창조한 시대’다. 반면 현대는 기술이 신의 자리를 대체한 시대다. 두 시대 모두 인간이 절대적 힘을 갈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결국 외계+인은 과학이 신화를 대체한 시대의 초상이며, 인간이 반복적으로 같은 욕망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시각적 완성도 또한 세계관의 설득력을 강화한다. 김용화 감독은 실제 세트를 최소화하고, CG와 실촬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택했다. 고려시대의 사원과 절벽, 외계 감옥의 내부, 서울의 네온 도시—all are unified in color and rhythm. 모든 공간이 서로의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빛의 결’을 유지한다. 이는 서로 다른 시대가 하나의 우주적 시간 안에 존재한다는 설정을 시각적으로 입증한다. 또한 영화의 편집은 시간의 불연속성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장면 전환마다 시간의 방향이 뒤틀리고, 공간의 논리가 붕괴된다. 관객은 어느 시점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혼란은 서사의 결함이 아니라, 감독이 의도한 ‘경험의 장치’다. 관객은 영화 속 인물처럼 ‘시간의 감옥’에 갇히며, SF적 주제 — “인간의 인식은 얼마나 제한적인가?” — 를 직접 체험한다. 김용화 감독은 이 작품을 “시간을 지배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정의했다. 인간, 외계인, 도사 모두 자신이 시간의 주인이라 믿지만, 결국 그들 모두는 ‘더 큰 질서’에 종속되어 있다. 이것이 영화가 말하는 우주의 아이러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중심이라 믿지만, 사실은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일 뿐이다.

한국형 SF의 도전과 김용화 감독의 실험정신

한국 영화는 오랫동안 SF 장르를 시도하기 어려웠다. 현실적 제약, 기술적 격차, 제작비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외계+인 1부는 이러한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김용화 감독은 이미 <신과 함께> 시리즈에서 95% 이상의 CG 장면을 구현하며 한국 영화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보다 더 복잡한 물리 구조와 시공간의 왜곡을 다뤘다. 김용화의 연출 철학은 명확하다 — “기술은 감정의 도구여야 한다.” 그는 SF의 기술적 요소를 감정 서사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외계 감옥 시스템의 붕괴 장면은 단순한 액션 시퀀스가 아니라, ‘질서의 붕괴’라는 인간의 내적 불안을 시각화한 것이다. 김우빈의 표정 하나하나가 CG보다 강렬한 이유도, 감독이 기술을 감정의 확장선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한국형 SF의 가장 큰 도전은 세계관의 설득력이다. 헐리우드의 SF는 수십 년간 누적된 세계관 자산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외계+인은 완전히 처음부터 구축해야 했다. 김용화는 “한국적 세계관이란, 기술보다 감정에 뿌리를 둔 우주다”라고 정의했다. 이 말처럼 영화는 철저히 ‘감정 중심의 SF’를 지향한다. 인간의 내면적 혼란, 존재의 불안, 운명에 대한 저항 등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이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이질적인 장르의 공존’이다. SF, 판타지, 무협, 코미디, 멜로드라마까지 한 화면에 공존한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를 ‘과잉의 미학’이라 부르지만, 김용화 감독은 이 과잉을 의도했다. 그는 “한국 문화는 본래 혼종적이다. 불교, 유교, 도교가 공존했듯, 영화 속 장르도 하나의 질서로 묶인다”라고 말했다. 즉, 영화의 복잡성은 결함이 아니라, 한국적 세계관의 반영이다. 기술적 완성도 면에서도 이 영화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CG뿐 아니라, 색보정과 음향 믹싱에서도 세계적 수준을 달성했다. 특히 고려시대의 황혼과 현대 서울의 네온이 동일한 톤으로 연결되는 장면은, 시공간의 연속성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명장면이다. 김용화 감독은 이 장면을 위해 실제 수십 가지의 색온도를 실험했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도전은 ‘관객의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균형감’이었다. 아무리 복잡한 구조라도, 감정의 흐름만큼은 명확해야 한다. 이 영화는 수많은 인물과 사건이 교차하지만, 결국 모든 서사는 ‘인간의 외로움’으로 귀결된다. 외계인, 도사, 감시자, 모두 외로움을 품고 있다. SF의 기술적 화려함 뒤에 있는 이 ‘감정의 공통점’이, 영화의 진짜 힘이다. 김용화 감독은 외계+인을 두 편으로 나눈 이유를 “감정의 진화를 두 단계로 나누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1부는 ‘혼란과 질문의 영화’이고, 2부는 ‘응답과 해답의 영화’가 될 것이다. 이는 서사 구조 자체가 인간의 의식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외계+인 1부의 철학과 한국 SF의 미래

외계+인 1부는 단순한 장르 실험이 아니라, ‘한국적 우주론’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서양 SF가 신을 부정하고 인간 중심의 진보를 이야기한다면, 이 영화는 오히려 인간의 한계를 인식한다. 김용화 감독은 “우리는 신을 대체하는 기술을 만들었지만, 여전히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영화 전체의 주제이기도 하다. 영화 속 외계인은 인간보다 훨씬 진보된 존재지만, 감정의 불안정함에서는 인간과 다르지 않다. 그들은 이성과 논리로 세계를 통제하려 하지만,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 시스템은 붕괴한다. 이는 오늘날 인간 사회의 메타포로 읽힌다. 인공지능, 가상세계, 초연결 사회 — 그 모든 문명은 감정의 균형을 잃으면 무너진다. 영화의 비주얼은 철학적 개념을 시각화하는 장치다. 시간의 균열을 상징하는 푸른 빛, 신의 무기를 감싸는 금빛 에너지, 외계 감옥의 검은 구체—all represent symbolic contrasts: 이성과 감정, 기술과 신앙, 혼돈과 질서. 김용화 감독은 시각 언어로 철학을 전달한다. 또한 음악은 이 영화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고대 장단과 현대 전자음악을 결합하여, ‘시간의 공명’을 표현한다. 고려시대 장면에서 울리는 징소리의 리듬이 현대 장면의 신시사이저로 이어지며, 관객은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감정의 파동’을 체험한다. 결국 외계+인은 SF이면서 동시에 인간학 영화다. 그것은 외계인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인간의 내면을 탐구한다. 인간이 기술로 신의 자리를 대체했을 때, 과연 행복해질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남기며 끝난다. 미완의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든다. 김용화 감독은 이 시리즈를 통해 “한국적 정서로 우주를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영화적 시도가 아니라, 한국 문화의 정체성을 세계 영화 속으로 확장하려는 철학적 시도다. 결국 외계+인은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 프로젝트’로 기능한다. 외계+인 1부는 미완성의 서사이지만, 완벽한 도전의 기록이다. 김용화 감독은 장르의 경계를 넘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며, SF라는 매체를 철학적 대화의 장으로 확장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인간이 우주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사유의 영화다. 외계와 인간의 충돌은 곧 과학과 감정의 대립이며, 그 사이에서 인간은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다. 그러나 그 질문을 던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외계+인은 한국 영화사에 남을 위대한 시도다. 김용화 감독의 다음 편, 외계+인 2부는 아마 이 미완의 질문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우주적 응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