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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여성 해방과 유기체 철학에 대한 탐구

by journal30885 2025. 9. 29.

가여운것들

가여운 것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미장센이나 독특한 캐릭터에만 머물지 않고,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여성 해방 서사와 함께 인간의 의식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주인공 벨라 백스터의 여정은 통제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 스스로의 지식과 경험을 쌓아가는 흥미로운 성장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벨라의 유기체적 의식 확장 과정, 가부장적 통제에 대한 풍자적 저항, 그리고 여성 지배 서사의 완성이라는 세 가지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가여운 것들 경험을 통한 자아 형성 과정

영화 '가여운 것들'의 주인공 벨라 백스터의 이야기는 철학적으로 볼 때, 인간의 의식과 자아가 경험을 통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거대한 실험이자 탐구입니다. 벨라는 천재 괴짜 과학자 고드윈 백스터 박사에 의해 성인의 몸에 아기의 뇌를 이식받아 새로운 생명으로 태어납니다. 그녀의 존재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 백지상태)'와 유사하며, 마치 스펀지처럼 외부의 모든 자극과 정보를 흡수하며 성장합니다. 이 과정은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인 존 로크가 주장했던 경험주의적 인식론을 영화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벨라의 의식 확장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초기에는 언어를 배우고 기본적인 사회적 규칙을 습득하는 데 집중하며, 이 과정에서 그녀는 감정이나 윤리적 판단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탐구심을 보여줍니다. 이후 그녀가 고드윈 박사의 통제에서 벗어나 맥스 필립스와의 약혼을 파기하고 던컨 웨더번과 함께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순간은 그녀의 유기체적 의식이 폭발적으로 확장되는 결정적인 시점입니다. 이 여행을 통해 벨라는 세상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빈곤, 불평등, 그리고 고통과 같은 인간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합니다. 그녀는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성적인 자유를 경험하며,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윤리적 감수성까지 형성합니다. 특히 벨라가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방식은 규범과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성을 동반합니다. 그녀는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억압적인 도덕률을 무시하고, 자신의 신체적 욕구와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이는 그녀의 자아가 외부의 강요나 교육에 의해 주입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경험과 관찰, 그리고 유기적인 반응을 통해 스스로 구성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벨라의 이 파격적인 성장 서사는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인간의 의식은 태어날 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충돌을 통해 역동적으로 진화하는 유기적인 존재임을 선언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벨라의 자아 형성 과정은 기존의 관습적 사고방식을 뒤집고, 인간의 학습과 성장이 얼마나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그녀의 여행은 단순한 로드 무비가 아닌, 한 인격체가 환경과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깊이 있는 심리 드라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벨라가 마주하는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그녀의 인지 구조를 확장시키는 중요한 기호(Sign)로 작용하며, 그녀는 이 기호들을 해독하고 내면화함으로써 더욱 완전한 자아로 나아가게 됩니다. 벨라가 지적으로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언어 사용의 변화도 주목할 만합니다. 초기에는 어휘 구사 능력이 미숙하고 감정을 단편적인 단어로 표현했지만, 여행을 거치며 그녀의 언어는 복잡한 문장 구조와 추상적인 개념을 담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해집니다. 언어 능력의 성장은 곧 세계를 이해하고 사유하는 깊이의 확장과 직결되며, 이는 벨라가 단순한 '실험체'를 넘어선 '지적 주체'로 거듭났음을 증명합니다. 그녀의 지적 호기심은 멈추지 않고, 세상의 부조리함을 목격한 후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력, 즉 사회 비판적인 의식을 갖추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이 벨라의 의식을 구성하는 유기적인 요소로 작용하며, 그녀의 최종적인 선택과 행동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됩니다. '가여운 것들'은 이처럼 인간의 성장과 의식 확장이 얼마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과정일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예술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통제에 대한 풍자적 저항: 벨라와 주변 남성 캐릭터의 역할 전복

'가여운 것들'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시대에 만연했던 가부장적 통제와 여성 억압에 대해 매우 신랄하고 풍자적인 저항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의 모든 남성 캐릭터는 벨라의 성장을 위한 도구이거나, 그녀의 자율성을 억압하려는 무력한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는 전통적인 남성 중심 서사에서 여성이 '대상화'되거나 '구원 대상'으로 그려지던 관습을 완전히 전복합니다. 벨라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니라, 남성 캐릭터들의 욕망과 통제 시도를 역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자아를 완성해 나가는 능동적인 주체입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고드윈 백스터 박사는 벨라를 창조하고 통제하려 했던 '창조주'이자 '아버지'의 역할을 합니다. 그는 벨라에게 안전한 울타리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그녀의 활동 반경과 행동 규범을 제한합니다. 벨라의 성장이 고드윈의 통제를 벗어나 외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 자체가 가부장적 보호막에 대한 최초의 저항을 상징합니다. 고드윈의 기괴한 외모와 괴로운 과거는 이 가부장적 권위가 사실은 결함투성이의 불안정한 구조임을 풍자적으로 드러냅니다. 벨라에게 있어 고드윈은 넘어서야 할 첫 번째 권위이자, 그가 가진 지식과 기술을 습득해야 할 대상일 뿐입니다. 그녀는 그에게 감사하면서도 그의 통제를 거부하며, 아버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습니다. 벨라를 유혹하여 세상으로 데리고 나가는 던컨 웨더번은 전형적인 남성 중심 사회의 플레이보이를 상징합니다. 그는 벨라의 순수성과 성적 자유를 통제하고 소유하려 하지만, 벨라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급속한 지적 성장에 의해 오히려 자신이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정신적으로 무너집니다. 던컨이 질투와 분노에 사로잡혀 파멸하는 모습은, 여성을 소유하려는 가부장적 욕망의 무력함과 어리석음을 극단적으로 풍자합니다. 던컨의 역할 전복은 여성의 지적/성적 자율성이 남성 권위의 허점을 어떻게 폭로하고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장치입니다. 던컨은 벨라에게 세상을 가르치려 했으나, 오히려 벨라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행동 방식에 의해 자신이 가진 사회적 규범과 위선이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는 자신의 권위를 지키려 할수록 더욱 초라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ㅜ반면, 벨라를 사랑하고 이해하려 했던 맥스 필립스는 기존의 가부장적 틀에서 벗어나 벨라의 자율적인 선택을 존중하는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하려 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벨라의 거대한 성장 서사 속에서 미미하게 그려집니다. 맥스는 벨라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고 존중하는 인물이지만, 벨라의 최종적인 주체성 확립은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맥스의 역할은 조연에 머무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벨라가 알피토스를 처단하고 자신의 삶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이 모든 남성 캐릭터들은 벨라라는 거대한 주체의 서사를 구성하는 주변 인물로 확정됩니다. 결국 '가여운 것들'은 여성 주인공이 남성 캐릭터들의 욕망과 통제 시도를 밟고 올라서서 스스로의 주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가부장적 구조와 통념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저항을 완성합니다. 이 영화는 여성 캐릭터가 남성 중심의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형태의 서사를 구축하는 현대 영화 미학의 중요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

여성 지배 서사의 완성: 벨라의 '마지막 선택'과 유전적 주체의 확립

벨라 백스터의 여정은 단순한 성장 드라마를 넘어, 최종적으로 여성 지배 서사(Matriarchal Narrative)의 완성으로 귀결됩니다. 벨라가 외부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온 후, 그녀는 더 이상 수동적인 실험 대상이나 통제받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녀는 자신이 습득한 지식, 경제력, 그리고 확립된 자아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완전히 지배합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벨라는 세 가지 중요한 선택을 통해 여성 지배 서사를 확고히 합니다. 그녀의 선택은 모두 통제와 억압의 상징이었던 과거와의 단절을 의미하며, 미래를 향한 주체적인 행위로 작용합니다.

첫째, 벨라는 자신이 처음으로 소유당하려 했던 던컨 웨더번과의 관계를 자신이 주도하여 종결시킵니다. 던컨은 벨라에게 집착하며 소유권을 주장하지만, 벨라는 그를 미련 없이 버리고 자신의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이는 과거의 억압적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인 관계 청산을 선언하는 행위입니다. 그녀는 던컨의 몰락을 지켜보면서도 감정적인 동요 없이, 그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만을 취사선택하는 냉철한 지적 주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둘째, 벨라는 자신을 창조한 아버지 고드윈 백스터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며, 창조자의 죽음을 통해 피조물로서의 운명에서 최종적으로 해방됩니다. 고드윈의 죽음은 벨라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율적 주체가 되는 상징적인 독립 선언입니다. 그녀는 아버지의 유산을 긍정적으로 계승하되, 그의 통제권은 단호하게 거부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벨라가 자신의 전남편이자 자신을 억압하려 했던 알피토스와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알피토스는 벨라의 과거를 대표하며 그녀를 다시 통제하려 하지만, 벨라는 과거의 자신을 거부하고 알피토스에게 고드윈 박사의 실험을 그대로 적용하여 그를 새로운 피조물로 만듭니다. 이 행위는 벨라가 '통제당하는 피조물'의 위치에서 '창조하고 통제하는 주체'의 위치로 완전히 올라서는 권력의 전복을 의미합니다. 그녀는 알피토스의 폭력적인 권위를 생명의 창조와 재구성이라는 과학적 지배력으로 대체함으로써, 자신을 억압했던 가부장제의 상징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의 통제 하에 두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억압적인 구조에 대한 지적인 해체와 재구성을 통한 여성 주체의 완성을 의미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벨라는 이제 교수와 결혼하고,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며, 알피토스를 돌봅니다. 그녀는 과거의 상처와 억압을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을 지식과 권력으로 전환하여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고 지배하는 주체가 됩니다. '가여운 것들'은 이처럼 여성 주인공이 외부의 도움 없이, 오직 자신의 파격적인 경험과 성장을 통해 가부장제에 대한 복수와 해방을 완수하고, 자신의 유전적 주체성을 확립하는 강력한 여성 지배 서사를 완성하여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현대 여성 해방 서사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파격적이고 철학적인 지점을 보여주며, 앞으로의 영화와 문학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됩니다.